동심 비행(Childlike Flight)

지나간 시간 뒤에는 그림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부터 기억으로 남겨진 흔적들이 있다. 순수한 낙서, 행복했던 색, 슬퍼했던 자국과 불안한 선들. 그것들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어렸던 시간은 동심 어린 그림을 남겼으며, 그림은 오늘까지도 이어져왔다. 생애의 모든 시간은 삶이라는 도화지에 온전히 새겨진다. 삶의 과정과 형태는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과 닮아있다. 목적과 의미를 모른 채 살아가는 모습은 무엇을 그리는지 모르고 이어지는 낙서와 같다. 그 시간들이 그저 그런 낙서로 남겨져도 좋다. 지금은 온전한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흔적이 의미 있는 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색연필의 움직임은 불안과 주저함이 없다. 그러한 ‘동심’을 닮고 싶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 속 아른거리는 어린 마음이 살아 움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색연필을 멀리 띄워 날렸다. 그 기억이 이정표가 되어 색연필은 동심을 찾아서 비행하였다. 오랜 기억으로부터 흘러와보니 지금의 내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동심은 나에게 온전히 남아있음을 알았다. 어렸던 시간과 낙서가 쌓여가며 오늘의 그림을 만들어왔다. 작은 손에 쥐어진 색연필로 시작된 낙서는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동심 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illust_j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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