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시간

(a time that doesn't wither)

2020년쯤부터 가족이 하는 꽃집에서 소일거리를 돕기 시작했다. 꽃과 식물들을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경험이 많아졌다. 시들어야만 하는 꽃의 특성을 싫어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마주했다. 그로 인해 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시들지 않는 시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들지 않는 생물을 향한 인간의 상상은, 자연을 흉내 내는 인공물로 형상을 드러낸다. 반영구적이며 시들거나 썩지 않는다. 매끈한 재질에 단단하며, 플라스틱 장난감 혹은 세라믹같이 보인다. 어쩌면 아름다운 꽃이 시들기를 바라지 않는 욕망도 동심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픈 바람과도 같다. 나 또한 모든 순간이 흐려지거나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이 작업은 기존의 ‘동심과 흔적’에 대한 작업과 다르지만, 나의 욕구가 동일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동심과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무형과 유형의 것 모두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처럼 지나온 시간과 오늘의 순수함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illust_j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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